이제까지 공부했던 내용들을 정리하고 실제로 성서 본문을 보면서 본문비평 방법론을 적용하고 실습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이번 시간에는 창세기 본문을 다루려고 한다. BHS와 BHQ본문, 그리고 다양한 번역본들과 고대 주석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성서를 이해하고, 올바른 번역이 무엇인지 논의해 보는 실습을 해 보고자 한다.
창세기 1장 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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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Q, BHS 자료
(아래 자료는 개인용으로만 사용)
위 이미지는 BHS와 BHQ의 창세기 1장의 페이지를 비교 제시해 본 것이다. 위 두 내용을 참고하여 창세기 1장의 마소라 부호, 그리고 본문비평 상의 쟁점들, 그리고 성서 해석상의 문제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창세기 1:1의 내용을 보자. 아래는 알파알렙 성경의 읽기 도우미 기능을 활용하여 창세기 1:1의 내용을 분석한 것이다. 아래 내용을 참조하여 해석을 해 보고, 마소라와 본문비평상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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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본들과 번역본 비교
아래의 링크를 통해 다양한 역본과 히브리어 원문들을 대조해 보자.
위 번역들을 비교함에 있어 중요한 구문은 בראשית(베레시트)이다. 이 단어는 일반적으로 “태초에”라고 번역되는데 이는 칠십인역이 Ἐν ἀρχῇ (엔 아르케)라고 번역했던 영향이다. 그렇기 때문에 70인역의 영향을 받았던 라틴어 번역본과 이후의 현대 언어 번역들은 대개 “in the beginning (태초에)”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엄밀히 말하면 히브리어 구문에는 정관사가 없다는 점이다. 바로 이와 같은 구문적 특징과 성서 히브리어의 이례적인 구문 방식을 적용하여 창세기 1:1을 전통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 왔다. 이는 중세 주서가 라쉬의 예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러한 관점을 받아들여 현재 유대성서역(JPS)은 다음과 같이 번역하고 있다.
창세기 1:1 When God began to create* heaven and earth— 2 the earth being unformed and void, with darkness over the surface of the deep and a wind from (* Others “the spirit of.”) God sweeping over the water—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기 시작하셨을 때,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바람이 수면위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위의 번역들 가운데 무엇이 보다 원의에 맞는 번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본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통해 본 구절에 대한 최선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
2. 마소라 부호
번저 특정 구문에 대한 통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마소라 부호를 찾아보자. 아래 마소라 부호는 BHQ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בראשית - ה ג ראש פסו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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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בראשית 구문이 절의 맨 앞(ראש פסוק)에 나오는 경우가 3번이 있음 (그렇지 않은 경우는 2번). 성경 가운데 어떤 용례들이 나타나고 있는지 원어 검색 소프트웨어를 통해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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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se
word lex_utf8=ב
<: word lex_utf8=ראשׁי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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בראשית ברא
위 레닌그라드 사본은 בראשית와 ברא 사이에 마소라 표시(동그라미)를 부가하고 있음. 위 부분과 상응하는 마소라 부호는 없음. 따라서 BHS에는 위 동그라미를 적용하지 않았고, BHQ는 위 동그라미를 그대로 적용하면서 마소라 해설에 실수임을 명기함.
ברא אלהים - 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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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ברא אלהים 구문이 성서 전체(오경)에서 3번 나타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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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se
word lex_utf8=ברא
<: word lex_utf8=אלהי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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את השמים - ל
את הארץ - 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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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위와 같은 형태가 성서에서 한 번식 나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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את-השמים 구문 자체는 성서에서 17번 나타나기는 하지만 마케프( - ) 없이 쩨레 모음( .. )으로 전치사가 표기되는 것은 여기서 한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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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se
word lex_utf8=את
<: word lex_utf8=ה
<: word lex_utf8=שׁמים||אר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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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본문비평상의 쟁점
창세기 1:1에 대한 본문비평장치를 BHS와 BHQ에서 찾아보면, BHQ에서 BHS의 본문비평장치의 제안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BHS 본문비평장치는 아래와 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위를 해석하면 오리겐(Orig)은 “브레시트” 혹은(vel) “바레세트”라고 읽고 있으며, 사마리아 오경은 “바라시트”라고 읽고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언급은 마소라 본문과는 달리 전치사 베(be)에 정관사를 부가하여 바(ba)로 적고 있는 이문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BHQ는 이러한 제안이 잘못되었음을 적고 있다. 오리겐의 남아있는 필사본의 경우 표기가 분명치 않으며, 사마리아 오경의 경우 정관사가 붙어 있는 형태라기 보다는, 레쉬(ר)가 중복되는 사마리아 히브리어의 특성으로 인해 모음의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제안한다.
처음을 나타내는 ראשית앞에 정관사가 붙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의미가 상대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정관사가 붙어 있는 형태는 절대적인 “처음”이라는 특정한 시기를 상정해 볼 수 있지만, 만일 여기에 정관사가 붙지 않는다면 특정되어지지 않거나 심지어는 다른 “처음들”의 존재를 함축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 바로 유대역의 접근 방식이다.
BHQ는 계속해서 ברא동사의 해석 문제를 둘러싼 유대 전통의 해석방식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의 “해석상의 문제”를 보라.
4. 해석상의 문제
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s and the earth (NIV)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개역개정)
위와 같이 시작하는 창세기 1:1은 너무나도 유명한 구절이라 문장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위 구절에 대한 JPS의 성경 번역은 약간 다른 뉘앙스를 전달한다.
When God began to create heavens and the earth,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기 시작할 때,)
즉, JPS 성경 번역은 “태초에”(in the beginning)라는 절대적인 시간을 표현하는 전치사 구 대신에, “-하기 시작할 때”라는 “시간절”로 번역을 한 것이다.
위 두 번역은 언뜻 보기에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신학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태초에”라는 표현은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세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존재 그 자체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인지 매우 어렵다. 즉, 하나님은 창조 활동과 함께 존재하기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히브리어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
한국어 성경을 포함한 많은 성경들이 번역한 בראשית라는 구문은 창세기 외에 예레미야서에 4번 나온다(렘26:1; 27:1; 28:1; 49:34). 그러나 어느 한 구절도 “태초에”, 혹은 “처음에”라고 단독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예레미야서에서 이 구문은 뒤이어 나오는 ממלכות יהויקים(여호야김의 즉위)과 함께 연결되어 해석된다. 즉, בראשית ממלכות יהויקים는 “여호야김 왕의 즉위 초에”라고 해석된다.
중세 유대 주석가 라쉬(רש”י)는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또 다른 성서의 증거를 제시하며 이 구절에 대한 이해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성서는 우리 랍비들이 말했던 것처럼(In the beginning. cf. Bereshit Rabba 1:6) 읽혀지지 않는다. 성서에서는 ראשית דרכו (잠8:22 그의 길의 처음에), ראשית תבואתה (렘2:3 소산의 처음 것) 등과 같은 [필자주: 복합명사] 구문들이 발견된다. 따라서 이 구절은 다음과 같이 읽혀야 한다:
בראשית [בריאת] שמים וארץ והארץ היתה תתו ובהו וחשך
(하늘과 땅이 창조되기 시작할 때,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고, 흑암이 있었다.)
즉, 라쉬는 창세기 1:1과 2절을 나누지 않고 함께 묶어서, 1장 1절을 2절의 시간적 배경으로 설명한다. 라쉬의 이해에 따르면 창세기 1:1의 시간적 배경은 “태초에”라는 절대적인 처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를 시작할 때”라는 창조 사역의 시작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이해를 따르면 1:1과 병렬되는 구절인 2:4과 매우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בְּי֗וֹם עֲשׂ֛וֹת יְהוָ֥ה אֱלֹהִ֖ים אֶ֥רֶץ וְשָׁמָֽיִם׃
(야웨 하나님이 땅과 하늘을 만드시던 날에)
한편, 라쉬는 ראשית이라는 단어가 단독적으로 쓰이지 않고 뒤에 나오는 명사와 항상 결합하여 쓰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ראשית이 절대형(absolute form)이 아니라 구문형(construct from)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라쉬는 ראשית다음에 명사형이 와야 올바른 문장이 되며, 마소라 원문의 동사형 ברא를 בריאה**와 같은 명사형으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쉬의 이러한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는 히브리어 구문 이해를 기초로 한 것이다. 이런 해석을 따른다면, 신학적인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즉, 하나님의 존재의 시작은 아무도 모르며, 성경은 하나님의 “창조 사역”의 시작으로 첫 본문을 열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라쉬의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성서 본문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사와 명사가 결합되는 구문형은 존재해도, 부정사나 분사 구문이 아닌 일반 동사 형태가 명사와 결합되는 구문은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세아 1:2을 보면 아래와 같은 구문을 발견할 수 있다.
תְּחִלַּ֥ת דִּבֶּר־יְהוָ֖ה בְּהוֹשֵׁ֑עַ
(야웨께서 호세아에게 말씀하시기 시작할 때에)
여기서 תחלת (처음)라는 구문형 명사와*** דבר(말했다)라는 일반 동사가 함께 결합되어 시간절을 표현하는 형태가 호세아서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본다면 라쉬의 제안 처럼 ברא를 명사형으로 변화시키지 않아도 라쉬가 제안한 해석을 따를 수 있을 것이다.
*ה로 끝나는 명사는 구문형이 될 때 어미가 ת로 변한다. ראשית의 ת도 이러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 בריאת는 בריאה의 구문형이다.
*** תחילת는 תחילה의 구문형이다.
*히브리어 동사 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