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장에 기록된 창조의 방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구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표현은 히브리어로 בד”ל 동사의 히필형 הבדיל (분사 מבדיל)로 표현된다.
창세기 1장에서 무엇이 구별되면서 창조의 과정이 진행되는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4 빛과 어두움(ויבדל אלהים בין האור ובין החשך)
1:6,7 궁창 아래의 물과 위의 물 (ויבדל בין המים אשר מתחת לרקיע ובין המים אשר מעל לרקיע)
1:14 낮과 밤(להבדיל בין היום ובין הלילה)
1:18 태양과 달을 통해 빛과 어두움을 나눔(ולהבדיל בין האור ובין החשך)
בד”ל 동사를 통해 구별되는 것은 저마다 표현과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크게 보면 빛과 어두움, 그리고 물이다. 빛은 하나님이 창조 활동을 시작하시면서 생겨난 것이다(1:3). 2절에 따르면 빛이 창조되기 전 어두움이 있었고, 어두움은 곧 혼돈과 무질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3절에서 빛이 창조된 이후 빛과 어두움이 “구별”된다.
빛과 어둠이 “구별” 되면서 낮과 밤 또한 구별된다. 즉, 하루 시간의 사이클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세상의 생명은 빛이 있는 곳에서만 살 수 없고, 어두움이 있는 곳에서만 살 수 없다. 빛과 어두움이 질서를 이룰 때, 곧 “밤이 되고 낮이 될 때” 이 세상의 생명은 조화로운 시간의 사이클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어두움은 암흑과 혼돈이지만, 하나님의 피조물 빛을 통해 생명에게 쉼을 주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물이 궁창 아래의 물과 위의 물로 “구별”된다. 이 세상의 생명에게 혼돈과 위협의 대상으로 생각되는 물이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통해 “구별”된다. 곧 하늘에서 비를 내리는 궁창 위의 물과, 땅을 일년 내내 적시는 시내와 강, 그리고 샘을 이루는 물이 자리를 잡아가게 된 것이다. 이로써 물은 장차 창조될 피조물에게 생명수가 된다. 하늘의 물을 통해 식물을 자라게 하고, 샘을 통해 땅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에게 생명수를 공급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