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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창조 이야기? (3) – 정말로 두 개의 창조 이야기인가?

이전 글에서는  다른 하나님의 이름을 근거로 창세기 1장과 2-3장이 나뉘어 질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많은 비평학자들이 생각해 왔듯이 창세기 서두에 정말로 두 개의 창조 이야기가 존재하는지에 관해 생각해 보고자한다. 창세기 1장과 2-3장의 내용을 두 개의 창조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인식했던 비평 학자들은 “중복의 문제” 뿐만 아니라 “모순의 문제” 역시 거론했다. 즉, 두 개의 창조 이야기가 창세기 서두에 나오지만, 또한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두 개의 창조 이야기는 문체 뿐만 아니라 창조 순서가 다르다. 창세기 1장에서는 식물 -> 동물 -> 사람(남자+여자) 순서로 창조 행위가 이루어지지만, 창세기 2장에서는 남자(아담) -> (식물?) -> 동물 -> 여자의 순서로 창조된다는 것이다.[1] 또한 창조의 방법이 다르다. 창세기 1장은 말씀으로 모든 만물을 지으신 반면, 창세기 2장에서는 흙으로 사람과 동물을 빚어 만드신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이 두 이야기가 전혀 다른 전통을 가진 두 개의 자료(창세기 1장 – P; 2장 – J)로[2] 이루어졌으며 후대에 결합된 것이라 인식했던 것이다.
위에서 제기된 문제는 성서학을 신학교에서 공부한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성서학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설과 같이 받아들여져 왔던 이론임을 알고있을 것이다.[3]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성경을 이미 접해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세기 1장과 2-3장 자체가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을 크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신학교의 성서학수업이나 성서학 저서들을 통해 이러한 학자들의 견해를 접한 다음에는 이러한 구분이 절대적인 것인 양 인식하게 된다.  일종의 새로운 “편견”이 형성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성서가 읽혀 오면서 이러한 창조 이야기에 관한 문제는 17-18세기에 이르러서야 유럽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물론 교권주의가 판치던 이전의 중세시대에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근대 시대 이후에야 성서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 시대에도 혹은 수 많은 유대 주석가들의 문헌에도 이 문제는 크게 제기되지 않았다. 즉,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창조 이야기는 아무런 문제 없이 읽혀왔고, 또 대부분의 평신도들에 의해 여전히 자연스럽게 읽혀지고 있다. 같은 본문을 보면서도 비평적 학자들과 일반 독자들이 갖는 시각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먼저,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는 창세기 1:1과 두 이야기가 나누어지는 지점인 2:4이하의 구절들을 살펴보자. 히브리어 원문과 그 번역은 아래와 같다.
1:1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 1:2 והארץ היתה תהו ובהו וחשך על-פני תהום … ….. 2:4 אלה תולדות השמים והארץ בהבראם
1:1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기 시작할 때에, 1:2 땅은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었고 …    …. 2:4 이것들이(이 내용들이) 하늘과 땅이 창조될 때의 계보이다.
ביום עשות יהוה אלהים ארץ ושמים 2:5 בכל שיח השדה טרם יהיה בארץ וכל-עשב השדה טרם יצמח כי לא המטיר יהוה אלהים על-הארץ ואדם אין לעבד את האדמה 2:6 ואד יעלה מן-הארץ והשקה את-כל-האדמה 2:7 וייצר יהוה אלהים את האדם מן-האדמה ויפח באפיו נשמת חיים ויהי האדם לנפש חיה
야웨 하나님이 땅과 하늘을 만드시던 날에,[4]  2:5 야웨 하나님께서 땅에 비를 내리지 않았고, 토지를 경작할 사람이 없어서, 들의 초목이 아직 없었고, 들풀이 아직 돋아나기 전이었을 때,  2:6 그리고 안개가 땅에서 올라와 지표면을 적시고 있었을 때였다. 2:7 야웨 하나님께서 토지의 흙으로부터 사람을 지으셨고, 그의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 넣으셔서 사람이 생명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위의 구조로 볼 때, 창세기 2:4상반절과 하반절에서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나누어지는 것은 맞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창조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가? 2:4 하반절은 창세기 1:1과는 다르게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 “땅과 하늘을 만드시던” 때를 기술하고 있다. 이 단어 배열의 순서를 유의미하게 받아들인다면, 창세기 1장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갖고 있는 창조 능력의 위엄과 거시적인 창조 원리를 강조하는 것이라면, 창세기 2:4 이하는 보다 땅에 있는 피조물, 즉 보다 미시적인 창조 세계에 대한 강조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창세기 1장의 창조 기사가 망원경으로 창조의 광경을 넓게 조망하는 것이라면 창세기 2장의 이야기는 어느 한 지점을 현미경으로 그 모습을 세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1] http://www.leighb.com/genesis.htm 에 잘 정리되어 있다.
[2] 자료의 명칭에 관해서는 앞의 글을 참조하라.
[3] 물론 학자들의 입장에 따라 P와 J/Non-P의 연대는 상이하게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창세기 1장과 2-3장을 구분하는 기본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4]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 성경은 의역되거나 번역의 통일성이 약화된(동일한 히브리어 단어를 다르게 번역) 부분들이 많다. 이 과정을 통해 원문의 단어 배열과는 다르게 번역된 경우가 많은데 창2:4의 “천지”가 대표적인 경우이다.